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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좋아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제가 왜 레이비즈에 들어왔는지부터 말을 해야겠네요.”

그는 단정히 양손을 모아 깍지를 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눈빛에는 일체의 흔들림도 없이 곧다. 그는 상냥한 얼굴, 상냥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건 제 운명이고, 구원이자, 빛이었어요. 제 앞에 놓인 투명한 벽을 깨어줄 유일한 구원. 그게 레이비즈였답니다. 알 사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해요. 꽤 오래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사회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능력자들을 짓누르고 있어요. 표면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죠. 그건 제 탄생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랍니다. 제 탄생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기라도 했나요? 전 그저 제 자신으로 태어난 것뿐이에요. 그게 두려워하고, 경계할 일인가요? 태어났기 때문에 억압받고, 혐오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인가요? 미티어가 하는 일이 과연 우리를 인정받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겪은 모든 것은 무엇인가요? 세계정부가 미티어를 설립해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요? 그건 단순히 저와 같은 사람들을 이현상을 해결하는 도구로 쓰려는 거예요. 그저 해결책이 필요해서 세운 거라고요.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그게 제가 여기에 있는 이유예요. …이 일이 어쩌면 귀찮을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첫 단추를 제가 끼우고 싶어요. 분명 멋질 거예요.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이곳이 꽤 마음에 들거든요. 이곳은 ‘우리’뿐이잖아요. 우리만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어요. 전요,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