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50년 전 전세계가 대 공황에 빠졌던 날. 이 날을 모르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해당될것이다. 예를 들어보았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이나, 사회에 굉장히 무지한 사람. 정도가 해당될까.
어떠한 징조도 없이, 그 날 오후에 생긴 ‘빛’은 손톱만한 크기로 하늘에 나타났으며, 사람들은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삼일 즈음 지나면서 사람들은 빛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빛이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커져간다는 것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했고, 다른 몇몇 사람들은 빛을 칭송하기도 했다. 그 날과 이후의 뉴스에서는 이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것인지 별것 아니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이후 일주일이 더 지나 ‘빛’이 태양만한 크기로 커지고, 모든 사람들이 그 빛에 대해 익숙해질 때. 빛은 갑자기 터졌다. 그것을 지켜본 생존자가 말하기를. 그것은 마치 별똥별같았다고 하며. 사람들은 이후 이것을 가르켜 ‘빛의 조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빛의 조각은 무차별적으로 지상에 떨어져 내렸다. 땅, 건물, 동물, 사람 가릴것없이. 땅과 건물, 동물에게는 빛의 조각에 맞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빛을 맞은 사람은 두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는데. 아주 극과 극의 차이였다.
하나는 빛을 흡수시키듯 제 몸에 안착시켰고, 또 다른 하나는 빛의 조각을 맞고 얼음이 열에 녹아내리는 마냥 녹아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날은 정말이지 아비규환이 따로없었다. 갑자기 한 나라의 수장이 녹아내려 죽거나, 집을 잃은 노숙인이 빛을 흡수시켜 아무일도 없이 살게되거나.
그리고, 소문이 돌았다. 빛을 맞은 사람들은 ‘죄’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그것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분노케하기 충분했다. 또한 빛을 흡수한 사람들은 이런 헛소문과 사람들의 불안감에 의해 금새 기피대상이 되었고, 그것은 빛을 흡수한 사람을 음지로 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멀쩡하다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던 세계의 뉴스가 거짓이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그렇게 세상은 분노로 물들어갔고. 그 분노는 정부를 무능하게 만들었다.
40년 전의 무정부 시대. 세계가 분노에 물들어 그 분노를 통제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상이 되고, 사람이 사람을 못믿는것이 일상이 되었을 즈음에, ‘에스트렐라’는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에스트렐라는 싸움을 그만두라 종용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말을 전파시키며 모든이들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비하고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에스트렐라는 이능력자일지도 모른다. 빛을 흡수한 어떤 한 명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웃음 아래에는 시커먼 속을 숨기고서 칼을 갈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에스트렐라는 섬긴다는 일은 참으로 멍청한 짓이 아닌가. …사족은 이쯤하고, 어찌되었건 간에 그녀의 말은 굉장히 깊은 의미를 가졌고, 그 의미는 전세계의 사람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다고 한다. 어째서 추측성인지를 묻느냐면, 이것은 그저 글로써만 남겨져 있고, 남겨진 영상과 녹음. 그리고 그 에스트렐라의 묵음을 받아적은 글은 그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우리가 어째서 그녀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지 알고, 실존하는지 아는 이유는 그녀가 실종되기 전의 마지막 말은 유일하게 기록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싸우지 말아주세요.’
이 말은 짧게. 영상이던, 글이던, 녹음이던.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을정도로 수많이 남겨져 있다. 전세계인들의 마음에 가슴깊이 남겨주었다는 그 말은 전혀 남기지 않은채 저런 우스운 말만이 남았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이후, 그녀는 실종되었고 그녀를 추종하던 전세계인들은 전전긍긍하다, 자신들끼리 질서를 세우고, 또한 분노를 통제하기 위한 기관을 설립하게 된다. 이것이 ‘에스트렐라 세계정부’의 기원인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이야기지.
30년 전, 에스트렐라가 실종 된 후, 세계정부가 설립되었을 당시. 세계는 황금기에 접어들게된다. 말만들어도 행복으로 가득했을 것같은 시기지않은가. 실제로도 사람들은 굉장히 행복해 했을것이다. 질서를 지키고, 잃었던 문명을 재회복을 시키는 과정은 어찌나 행복했을지.
그 행복에 이끌려, 우리는 잊혀졌을것이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던 것이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빛을 흡수한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는데 성공했고, 그리고 빛을 흡수한 사람들은 아주 불행히도 특이한 아이를 낳았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최초의 이능력자’였다.
사람들은 아이를 두려워했고, 빛을 흡수한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자신들의 행복을 다시 앗아갈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시금 재앙이 도래할것이 믿었다.
빛의 힘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은 참으로 신비로운 힘을 썼다고 한다. 빛이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을 녹이게 한 것을 본 사람들은 그것이 빛에게 빌려온 힘이라며 경멸했고, 이 일을 ‘재앙’이라 불렀다. 결국에 사람들은 그들을 배척하며,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남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이지 않은가. 이 시기를 황금기라 부르는것도 역설이 아닌지.
그들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발표 된 것은 그 아이였을지 몰라도. ‘비공식적’인 이능력자는 그 한참 전 부터 있었던 것이다. 빛을 흡수한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낀자도 있었고, 반대로 온몸이 얼어가는 고통을 느낀자도 있었다. 제각각의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우리는 믿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음지에 숨었다. 보살핌 받지못하고, 그 끔찍한 고통을 며칠이고 겪은 사람들 중에서 쇼크사로 죽는 사람들이 있는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끔찍한 고통을 이겨낸 후에, 우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양손을 쓰지 않고 물건을 들어올린다던가, 허공에서 불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흔히 말하는 이능력이라 불리는 것들. 개중에는 이것을 고통을 이겨낸 후 찾아온 축복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처럼 이것을 저주라 여기는 이들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사람에게 흡수되지도, 죽이지도 못한 빛들. 땅 속으로 스며들어간 그 빛들을 기억하는가? 땅속과 건물, 식물과 동물에게 흡수된 그 빛들은 그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무생물이여서 움직일리 만무한 것들이 살아 움직이며 사람들을 공격했고, 동식물들은 거대화 되거나 기이하게 변종되어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피식자와 포식자의 위치가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처치할만한 힘이없었다. 재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황금기는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며 그 괴물들을 물리쳤고, 이것은 우리를 필요로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필요로 해주었고, 우리는 그 대가로 그들의 사랑을 받았다. 달콤하지 않은가. 몇십년간 받지 못했던 그것을 우리는 괴물들로 인하여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드디어 우리의 고통을 이해해 주었고, 우리를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빌어먹게도, 에스트렐라 세계정부는 빌어먹을 ‘미티어’를 설립했다.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지. 분명 우리를 억압하려는 개수작임이 틀림없었다.
괴물은 끊임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빛의 흡수된 것들이 한정되어있다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다시 우리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어떻게 하지못한 것들을 쉽게 해치웠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다시 억압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괴물은 우리의 곁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우리가 최소한의 존중을 받고자 세운 곳. 나는 우리가 그저 사람으로 취급되기를 원한다. 빌어먹을 세계정부가 세운 기관같은 것이 아닌, 그저 우리 이능력자들이 인정한 취급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계.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내가 괴물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지.
…자, 재미없는 제로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이 다음부터는 내가 얘기해줄게. 뭐어, 다들 알고있겠지만. 레이비즈가 세워지고 4년 동안 우리는 우리를 괴롭히던 사람들을 똑같이 괴롭혀주었어. 그리고 다시 우리의 권리를 되찾으려 노력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다시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한거야! 이 4년간, 수많은 친구들이 죽고, 수많은 친구들이 슬퍼했지. 정말이지, 역시 그들은 제로가 말한대로 괴물인게 틀림없어.
그리고 귀찮은 미티어들. 어~찌나 우리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만들던지. 지금도 겉으론 깨끗한 척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는 꼴이 어찌나 우스워? 사실 상, 우리 친구들이 죽은건 같은 이능력자의 손이었잖아? 본인들도 더럽긴 똑같은데 말야.
인정하긴 싫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를 낭떨어지로 몰아내는데 성공했지. 왜, 그 우리 전 기지가 펑! 하고 터진 그날 말야. 제로와 나를 포함한 몇몇 레이비즈들이 남아 최대한 많은 미티어 인원을 끌어모았고, 내 사제폭탄으로 펑! 하고 다함께 죽으려고했는데~ 난 제로가 살려줬지 뭐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한테 수장자리를 넘겨줬지. 기왕이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줄것이지, 왜 사지에서 그런말을 하냔말야, 하여튼, 제로도 수줍음 타기는.
뭐, 어찌되었건 제로와 나는 그 폭발 안에서도 살아남았었어. 하지만 우리만 살아있었다는게 아니였던거지. 죽어가기 직전의 미티어가 총을 탕! 하고 제로에게 쐈고, 폭발로 인해 힘이 없었던 제로는 그대로 털썩. 아, 걱정은 하지마. 복수는 제대로 해줬으니까.
그리고 다들 제로가 죽은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이었는지, 다들 힘도 없고. 계속해서 미티어에게 당하기만해서 결국 보다못한 내가 뿔뿔히 흩어지게 만들었잖아? 요 6년간 말이야. 숨이 쉴때가 되면 올라오자! 라고 하긴했었는데 말야. 6년이 지나도 이 세상은 바뀌는게 없어. 나는 깨닫고 만거야, 결국은 제로처럼 우리가 움직여야한다는 걸!
그러니까. 나와 함께 축제를 열어줘야겠어 친구야.